말씀의 초대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이 간청하자,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을 열 명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곳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8,16-33
사람들은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을 16 떠나 소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배웅하려고 함께 걸어갔다. 17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기랴?
18 아브라함은 반드시 크고 강한 민족이 되고,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19 내가 그를 선택한 것은, 그가 자기 자식들과 뒤에 올 자기 집안에 명령을 내려
그들이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여 주님의 길을 지키게 하고,
그렇게 하여 이 주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을 그대로 이루려고 한 것이다.”
20 이어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나 크고, 그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구나.
21 이제 내가 내려가서, 저들 모두가 저지른 짓이 나에게 들려온
그 원성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아야겠다.”
22 그 사람들은 거기에서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주님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23 아브라함이 다가서서 말씀드렸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24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25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26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
27 아브라함이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비록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몸이지만,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28 혹시 의인 쉰 명에서 다섯이 모자란다면,
그 다섯 명 때문에 온 성읍을 파멸시키시렵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마흔다섯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파멸시키지 않겠다.”
29 아브라함이 또다시 그분께 아뢰었다.
“혹시 그곳에서 마흔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마흔 명을 보아서 내가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0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1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혹시 그곳에서 스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스무 명을 보아서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32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다시 한 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33 주님께서는 아브라함과 말씀을 마치시고 자리를 뜨셨다.
아브라함도 자기가 사는 곳으로 돌아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를 따라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8-22
그때에 18 예수님께서는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19 그때에 한 율법 학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0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21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티모 2,22ㄴ-26)와 복음(요한 17,20-26)을 봉독할 수 있다.>

 

오늘의 묵상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이 열 명도 없었습니다. 의로운 사람 열 명만 있었다면 그곳은 비록 죄악이 가득했지만 구원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열 명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의 구원을 위해서 노력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을 상대로 흥정합니다. 의인 쉰 명에서 시작해서 깎고 깎은 끝에 의인 열 명으로 하느님과 합의를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를 잘 알고 있습니다. 소돔은 말 그대로 파멸됩니다. 의인 단 열 명이 소돔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약 성경 전체에서 의인으로 지칭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 수가 제법 적지 않으리라 생각되겠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구약 성경에서 의인으로 지칭된 사람은 노아, 다니엘, 그리고 욥, 단 세 사람뿐입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구약의 수천 년 역사 가운데 단 세 명만이 그 이름이 언급되면서 ‘의인’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 봅니다. 죄악이 가득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열 명은 적은 수였을까요? 아니면 많은 수였을까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드라마인 구약 성경 전체에서 단 세 명만이 의인이라고 불렸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죄악이 가득한 도성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 열 명은 매우 많은 수였습니다. 어쩌면 그곳에는 의인이 한 명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우리가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그토록 죄로 가득한 도성에도 기회를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분께서는 의인을 외면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세상에 의인은 얼마나 될까요? 열 명의 수가 많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나부터 의로움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내딛어 보면 어떨까요? 그 발걸음은 나와 우리 공동체를 구원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

Posted by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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