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초대

주님의 말씀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주님을 거역한 하난야는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곧 죽는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다(복음).

제1독서

<하난야, 주님께서 당신을 보내지 않으셨는데도 당신은 백성을 거짓에 의지하게 하였소.>
▥ 예레미야서의 말씀입니다.28,1-17
1 유다 임금 치드키야의 통치 초기 제사년 다섯째 달에,
기브온 출신의 예언자이며 아쭈르의 아들인 하난야가
주님의 집에서 사제들과 온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에게 말하였다.
2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바빌론 임금의 멍에를 부수기로 하였다.
3 두 해 안에,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이곳에서 가져가 바빌론으로 옮겨 놓은 주님의 집 모든 기물을,
내가 이곳에 다시 돌려 놓겠다.
4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다 임금 여호야킴의 아들 여콘야와
유다의 모든 유배자를 이 자리에 다시 데려다 놓겠다.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정녕 바빌론 임금의 멍에를 부수겠다.’”
5 그러자 예레미야 예언자가 사제들과,
주님의 집 안에 서 있는 온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난야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6 예레미야 예언자가 말하였다.
“아무렴, 주님께서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겠소!
주님께서 당신이 예언한 말을 실현시키시어,
주님의 집 모든 기물과 모든 유배자를 바빌론에서
이곳으로 옮겨 주시기를 바라오.
7 그러나 이제 내가 당신의 귀와 온 백성의 귀에 전하는 이 말씀을 들어 보시오.
8 예로부터, 나와 당신에 앞서 활동한 예언자들은
많은 나라와 큰 왕국들에게 전쟁과 재앙과 흑사병이 닥치리라고 예언하였소.
9 평화를 예언하는 예언자는 그 예언자의 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그가 참으로 주님께서 보내신 예언자로 드러나는 것이오.”
10 그러자 하난야 예언자가 예레미야 예언자의 목에서 멍에를 벗겨 내어 부수었다.
11 그러고 나서 하난야는 온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하였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두 해 안에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멍에를
모든 민족들의 목에서 벗겨 이와 같이 부수겠다.’”
그러자 예레미야 예언자는 자기 길을 떠났다.
12 하난야 예언자가 예레미야 예언자의 목에서 멍에를 벗겨 부순 뒤에,
주님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렸다.
13 “가서 하난야에게 말하여라.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나무 멍에를 부수고, 오히려 그 대신에 쇠 멍에를 만들었다.′
14 참으로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이 모든 민족들의 목에 쇠 멍에를 씌우고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들이 그를 섬길 것이다. 나는 들짐승까지도 그에게 넘겨주었다.′’”
15 예레미야 예언자가 하난야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하난야, 잘 들으시오.
주님께서 당신을 보내지 않으셨는데도,
당신은 이 백성을 거짓에 의지하게 하였소.
16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오.
‘내가 너를 땅 위에서 치워 버리리니, 올해에 네가 죽을 것이다.
너는 주님을 거슬러 거역하는 말을 하였다.’”
17 하난야 예언자는 그해 일곱째 달에 죽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13-21
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13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1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15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16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17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8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19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20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21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바라신 새로운 세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극심한 경쟁 구도 속에서 각자의 이익과 손실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 폭력과 전쟁과 억울한 죽음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이가 평화를 누리고 아무도 굶지 않는 세상을 말하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이 새로운 세상을 희망으로 일구어 가십니다.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전하며 시작됩니다. 그의 죽음은 세상의 권력자인 헤로데가 자신의 생일을 맞아 연 연회 때에 일어났습니다. 식사가 의인의 죽음으로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세상의 식사가 펼쳐집니다. 이 새로운 세상은 이전의 세상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거기에서, 곧 옛 세상의 삶의 방식에서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연민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살이에 지치고 굶주린 많은 사람들을 보셨습니다. 반면에 제자들은 여전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논리에 충실합니다. 세상의 논리에 따라 생각하며 예수님께 말씀 드립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이런 제자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러나 제자들은 자신들의 뜻을 좀처럼 굽히지 않습니다. 많은 군중을 먹이기에는 자신들이 가진 것이 너무나 적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 먹을거리를 더한 수는 일곱입니다. 성경에서 일곱은 좋은 수, 완전한 수입니다. 많은 이를 위하여 일곱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자들의 말이 매우 역설적으로 들리는 순간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십니다.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온전히 예수님께 가져갑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행동하는 우리가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바라신 세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내 사람들이 풀밭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이전 세상에서는 주인이 좋은 자리에 앉아 종들의 시중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공동체에서는 제자들이 허기진 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그들의 시중을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가져온 빵을 들어 올리시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신 뒤 그것을 쪼개어 제자들에게 도로 내주시어 사람들과 나누게 하십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 많은 이가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것입니다. 이런 기적은 믿음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순응한 이들을 통하여 일어납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제자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온갖 무상의 선물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응답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정용진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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