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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09 [백]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11/9)

말씀의 초대

에제키엘 예언자는, 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고, 그 물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는 천사의 말을 듣는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시고, 이 성전을 허물면 사흘 안에 다시 세우시겠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47,1-2.8-9.12

그 무렵 천사가 1 나를 데리고 주님의 집 어귀로 돌아갔다.

이 주님의 집 정면은 동쪽으로 나 있었는데,

주님의 집 문지방 밑에서 물이 솟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려 갔다.

2 그는 또 나를 데리고 북쪽 대문으로 나가서,

밖을 돌아 동쪽 대문 밖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보니 물이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8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 물은 동쪽 지역으로 나가,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로 들어간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9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12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22

13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14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15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16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17 그러자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생각났다.

18 그때에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1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20 유다인들이 말하였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

21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22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유학 시절,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의 로마를 처음으로 찾았습니다. 신학생으로서 로마의 4대 대성전은 방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서 로마를 돌아다녔습니다. 먼저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놀랐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라테라노 대성전도 방문하였는데, 대성전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던 조그만 성당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성전 주변에 있는 ‘성 계단 성당’(Scala Sancta)입니다.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실 때 오르셨던 총독 관저의 대리석 계단이 있습니다. 나무 덮개로 씌워진 계단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한 계단, 한 계단 무릎으로 오르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계단을 덮어 씌운 나무판자는 움푹 파이고 낡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계단을 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판자 위에 무릎을 꿇고 이 계단을 오르셨던 가시관 쓰신 예수님을 그려 보았습니다.
예수님께 쏟아졌던 모욕과 조롱,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는 야유와 배신,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며 도망친 비겁함과 침묵, 채찍 자국이 그대로 남아 피투성이가 된 예수님의 몸 ……. 스물여덟 층의 계단에는 그렇게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이 묻어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전을 정화하시며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성전을 단순한 건축물로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희생되신 당신의 몸이며 못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진 당신의 손이며 우리를 위해서 기꺼이 당신을 내어 주신 희생과 나눔이 바로 성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을 위하여 스스로 죽어 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욕심을 버리고 희생하고 나누며 살아갈 때, 바로 그곳이 하느님을 만나는 성전이 됩니다.
영성체를 통하여 그 사랑의 몸을 받아 모신 우리는, 나를 통해서 다른 이들 또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성전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분의 사랑 앞에 무릎을 꿇고 한 계단씩 오르는 사랑을 실천하면서 오늘 누군가의 성전이 되어 주십시오. 

(최종훈 토마스 신부)

 

Posted by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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