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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17 [백]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11/17)

말씀의 초대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임금의 명령을 거부하고 모두 죽음을 받아들인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미나의 비유를 드신다(복음).

제1독서

▥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7,1.20-31
그 무렵 1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끈으로 고초를 당하며,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이 있었다.
20 특별히 그 어머니는 오래 기억될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21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였다.
고결한 정신으로 가득 찬 그는
여자다운 생각을 남자다운 용기로 북돋우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22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23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24 안티오코스는 자기가 무시당하였다고 생각하며,
그 여자의 말투가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워하였다.
막내아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임금은 그에게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를 뿐만 아니라 약속하며 맹세까지 하였다.
25 그러나 그 젊은이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구하게 하라고 강권하였다.
26 임금이 줄기차게 강권하자 어머니는 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하였다.
27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몸을 기울이고
그 잔인한 폭군을 비웃으며 조상들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들아, 나를 불쌍히 여겨 다오.
나는 아홉 달 동안 너를 배 속에 품고 다녔고
너에게 세 해 동안 젖을 먹였으며,
네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기르고 키우고 보살펴 왔다.
28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29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30 어머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젊은이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오?
나는 임금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겠소.
모세를 통하여 우리 조상들에게 주어진 법에만 순종할 뿐이오.
31 히브리인들을 거슬러 온갖 불행을 꾸며 낸 당신은
결코 하느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ㄴ-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복음에 따라 살아가고자 우리는 ‘순명’(順命, oboedientia)을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셨기에, 그 삶을 본받아 순명의 삶을 살아가라고 교회는 권고합니다. 사제로서 그 삶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순명의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교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내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저에게 그 일을 명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반대되는 것을 명령하시고, 원하지 않는 것도 명하십니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렵게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그 명령을 따릅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의지를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명령을 따르는 것이 순명’이지만, 가끔은 그 안에 희생과 의무만 있고 기쁨은 사라져 버릴 때도 있는 듯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미나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평생을 주인 곁에서 심부름만 하던 종들에게, 주인이 나누어 준 돈으로 벌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막막하기도 하고, 주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잘못해서 돈을 잃으면 벌이 기다리고 있음에 두렵기도 했겠지요. 어떤 종은 주인이 이 과제를 주며 명령한 이유와 주인의 생각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행동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도와는 다르다고 비판하고 짜증 내고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그 과제 안에서 자신의 이유를 찾으려 고민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은 불평과 불만, 두려움과 나태함으로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냥 “예.”라고 대답만 할 뿐입니다.
순명의 가치는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모습은 다르지만 분명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으로 이해하려 고민하고, 행동하려 고민하고, 같은 것을 같은 모습으로 바라보며 고민하는 흔적이 순명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순명의 길을 오늘도 나섭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

Posted by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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