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어 환대를 받으시고, 이듬해 그의 부인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과거의 모든 시대와 세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가 드러났는데, 그 신비는 그리스도이시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마리아를 보시고,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나리, 부디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그 무렵 1 주님께서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아브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있었다.
2 그가 눈을 들어 보니 자기 앞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자 천막 어귀에서 달려 나가
그들을 맞으면서 땅에 엎드려 3 말하였다.
“나리, 제가 나리 눈에 든다면, 부디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4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시어 발을 씻으시고, 이 나무 아래에서 쉬십시오.
5 제가 빵도 조금 가져오겠습니다.
이렇게 이 종의 곁을 지나게 되셨으니, 원기를 돋우신 다음에 길을 떠나십시오.”
그들이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6 아브라함은 급히 천막으로 들어가 사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고운 밀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 반죽하여 빵을 구우시오.”
7 그러고서 아브라함이 소 떼가 있는 데로 달려가
살이 부드럽고 좋은 송아지 한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에게 주니,
그가 그것을 서둘러 잡아 요리하였다.
8 아브라함은 엉긴 젖과 우유와 요리한 송아지 고기를 가져다
그들 앞에 차려 놓았다.
그들이 먹는 동안 그는 나무 아래에 서서 그들을 시중들었다.
9 그들이 아브라함에게 “댁의 부인 사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가 “천막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내년 이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과거의 모든 시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가 이제는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1,24-28
형제 여러분, 24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25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26 그 말씀은 과거의 모든 시대와 세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입니다.
그런데 그 신비가 이제는 하느님의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27 하느님께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 나타난 이 신비가
얼마나 풍성하고 영광스러운지 성도들에게 알려 주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 신비는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이시고,
그리스도는 영광의 희망이십니다.
28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려고,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타이르고 모든 사람을 가르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38-42
그때에 38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41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4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특별한 묵상 거리를 소개합니다.
첫째, 마음의 과녁은 언제나 예수님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를 묘사하는 단어는 “듣고 있었다”입니다. 스승의 말을 듣는 제자처럼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반면 마르타를 묘사하는 단어는 “분주하였다”입니다. ‘사방에서 마음을 끌어당김’을 뜻합니다. 예수님 앞에 머물러 있더라도 주변에 마음을 빼앗기면 분주할 수 있고, 반대로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들을 수 있습니다. 머무름과 분주함을 가르는 것은 태도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아이를 돌보고, 일하고 사랑하며,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도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리스도인은 그 일들 안에서 예수님이라는 과녁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야 합니다.
둘째,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행동이 배제된 들음은 허공에 떠다니는 구름을 좇기 쉽고, 반대로 들음이 없는 행동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준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마리아와 같이 말씀을 듣는 삶, 마르타와 같이 봉사하는 삶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봉사하는 사람은 말씀 안에 머물 줄 알아야 하고, 말씀 안에 머물 줄 아는 사람은 봉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모든 활동의 진정성을 가지게 해 줍니다. 마리아와 마르타, 그리고 예수님께서 함께하셨던 그 공간이 오늘 우리 마음과 삶 안에서 체험되면 좋겠습니다. (김인호 루카 신부)